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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경제이야기

MZ세대의 ‘잡 허깅(Job Hugging)’이 불러온 경제 노동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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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팬데믹 이후 한동안 ‘대퇴사’라는 단어가 유행했지만, 최근 직장 트렌드는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이직을 보류하고 현재 직장을 ‘붙들고’(hug) 있는 경향, 이른바 잡 허깅(Job Hugging) 이 확산하고 있죠. 특히 불확실성에 민감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서 두드러집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금리·물가·주거비 등 생활비 압박, 채용 축소와 잦은 구조조정 뉴스, 스톡옵션 가치 변동, 원격근무 축소 등 외부 변수들이 “안정 우선”이라는 심리를 강화했죠. 동시에, 성과와 보상을 내부에서 ‘협상’해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쌓이는 중입니다. 이 글에서는 잡 허깅이 개인의 커리어 전략, 기업의 인사 정책, 산업 전반의 인재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실제적인 사례와 체크리스트로 풀어봅니다.

MZ세대의 Job Hugging 트렌드를 표현한 인포그래픽.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회사를 상징하는 건물을 껴안고 있고, 옆에서는 그래프와 상승 화살표가 나타나 노동시장의 변화를 상징한다. 노트북 앞의 여성 직장인은 변화 속에서 신중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Job Hugging

 

잡 허깅이 나타나는 네 가지 장면

 

장면 A: “연봉 +7%면 이직 대신 남는다”

데이터 분석가 A씨(30대 초반) 는 빅테크 이직 제안을 받았지만, 최근 감원 기사와 평가제도 강화로 불안했습니다. 그는 오퍼를 레버리지 삼아 현재 회사에서 연봉 7% 인상 + 핵심 프로젝트 배치를 이끌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직무 영향력은 커졌고, 이직 리스크 없이 커리어 스토리를 이어갔죠.

 

장면 B: “스톡옵션? 일단 잠깐 더 지켜보자”

 

스타트업 마케터 B씨 는 주식시장 조정으로 스톡옵션 가치가 애매해지자 이직을 보류했습니다. 대신 사내에서 브랜드 리빌딩 TF 를 자원하여, 6개월 뒤 팀 리드 역할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연봉보다 경력 ‘타이틀’ 가치를 택한 셈입니다.

 

장면 C: “내부 이동이 외부 이직만큼 빠르다”

제조 대기업 C사 는 사내 공모제를 내세운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합니다. 개발-품질-영업 간 프로젝트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고도 공석을 채웁니다. 임직원은 이직 없이도 직무 스택을 넓히는 경험을 얻습니다.

 

장면 D: “스타트업 채용이 더 어려워졌다”

시리즈A를 막 마친 D사 는 시니어 엔지니어 채용이 번번이 무산됩니다. 후보자들은 연봉 인상폭이 커도 “시장 변동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잔류”를 택합니다. 대신 D사는 파트타임/프로젝트 베이스 협업을 활용해 공백을 메웁니다.

 

노동시장에 일어나는 실제 변화

외부 이동 ↓, 내부 이동 ↑

예전엔 연봉과 타이틀을 바꾸려면 이직이 정답이었지만, 지금은 조직 내부에서의 역할 전환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 신규 채용 프리미엄(‘이직하면 더 세게 준다’)을 낮추고,
  • 재직자 임금 조정스킬 재배치를 통해 비용을 통제하려는 회사 전략과 맞물립니다.

숙련도의 ‘조직 내 축적’

이직률이 낮아지면 팀에 암묵지가 쌓입니다. 신입 온보딩 시간이 줄고, 품질·안전·보안처럼 경험 곡선이 중요한 영역에서 생산성이 개선됩니다. 반면, 외부 신진 인재의 유입이 줄어 아이디어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죠.

임금 구조의 재편: 총보상(TC) 중심

기업은 연봉만이 아니라 성과보너스·장기인센티브·복지 등 총보상 패키지로 잔류를 유인합니다. 재직자는 “연봉 X% 인상”보다 총보상, 유연근무, 교육, 승진 속도를 한 묶음으로 비교하는 눈을 키웁니다.

대기업 유리, 초기 스타트업은 고전

안정성을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대기업·중견은 인재를 지키기 쉽습니다. 반대로 초기 스타트업은 현금 보상 한계 + 변동성 때문에 시니어를 설득하기가 어려워, 프로젝트 단위 계약·조기 아웃소싱 전략을 병행합니다.

 

개인을 위한 실전 가이드: “남을지, 떠날지” 판단법

7문항 체크리스트

  1. 학습 곡선: 내가 6개월 뒤 새롭게 배우게 될 스킬은 무엇인가?
  2. 영향력: 나의 의사결정 권한은 늘고 있는가?
  3. 리더십: 팀장/프로젝트 리드 기회가 보이는가?
  4. 보상의 질: 연봉 외 총보상(성과급·복지·주식·퇴직금 누적)이 증가 추세인가?
  5. 브랜드/레퍼런스: 현재 조직의 이름값이 커리어 신뢰도를 올리는가?
  6. 시장성: 지금 직무/스킬로 다른 회사에서 바로 오퍼가 가능한가?
  7. 삶의 질: 근무 형태(원격·탄력), 출퇴근, 건강과 가족 생활이 유지되는가?

5개 이상 ‘예’ 라면, 당장은 잡 허깅 전략이 유리합니다. 3개 이하 ‘예’ 라면, 포지션 탐색을 병행하세요.

 

잔류 협상 템플릿(예시)

  • 오프닝: “올해 팀 OKR 기준으로 매출 12%↑, 이탈률 3%p↓를 달성했습니다.”
  • 요구: “내년엔 신제품 론칭 TF를 리드하고 싶습니다. 이에 맞춰 직무등급 상향 + 총보상 8~10% 조정을 제안드립니다.”
  • 대안: “만약 등급 상향이 어렵다면, 교육비·컨퍼런스 지원재택 2일을 포함한 유연근무를 협의하고 싶습니다.”

핵심은 성과-역할-보상을 한 세트로 묶어 교환 가능 옵션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내부 이동 로드맵

  1. 핵심 프로젝트 1~2개를 ‘이력서 한 줄’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지표로 기록
  2. 분기마다 타 부서 커피챗 2회 이상 → 수요 파악
  3. 사내 공모/TF에 조기 지원 → ‘관심이력’ 남기기
  4. 이동 후 첫 90일 목표(Quick Win) 설정 → 성과 가시화

 

기업을 위한 인사 전략: “붙잡고, 돌리고, 키운다”

 

리텐션 지표를 선행지표로

  • 90일 이탈률, 성과하위 10% 면담완료율, 내부 이동 신청률, 매니저-직원 1:1 빈도를 모니터링합니다. 이 네 가지가 떨어지면 ‘조용한 이직 준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 운영

직무 공석이 생기면 외부 공고 이전에 사내 공개를 원칙으로. 지원 장벽(직속 상사 승인)을 낮추고, 3개월 단기 파견 같은 ‘맛보기 이동’을 제도화하면 잡 허깅 성향의 직원이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총보상 설계: 현금 + 성장

  • 연봉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러닝크레딧(연 100만 원 교육 바우처), 사내 멘토십·CTO 오피스 아워, 사내 컨퍼런스 발표를 보상 패키지에 엮으세요.
  • 승진 리드타임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언젠가’가 ‘몇 개월 뒤’가 되어 잔류 동기가 선명해집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재설계

모두가 사무실 복귀를 반기는 건 아닙니다. 팀 단위 선택형(예: 고객대면팀 주3출, R&D 주1출)과 핵심 협업데이(같이 모여야 하는 날만 명시)를 도입하면, 이직 대신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산업별 파급효과와 대응

IT·디지털

채용절벽 여파로 시니어는 잔류, 주니어는 기회 감소라는 이중 구조가 나타납니다. 기업은 주니어 리스킬링 부트캠프내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 경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제조·바이오

레거시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라 잡 허깅은 품질 안정과 안전사고 감소에 기여합니다. 반면 자동화·데이터화 전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니, 내부 인력을 대상으로 OT(운영기술) + IT 융합 교육을 강화하세요.

금융·컨설팅

고객 신뢰가 커리어 자산이라 잔류 인센티브가 큽니다. 대신 프로젝트·고객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내부에서 보장해야 번아웃과 이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

리스크도 있다: 잡 허깅의 함정 세 가지

  1. 정체 위험: 안정만 좇다 보면 경력 스토리가 얇아질 수 있습니다. 6~12개월 주기로 스킬 맵을 업데이트하세요.
  2. 내부 정치 의존: 외부 시장가치가 약해지면 협상력이 떨어집니다. 최소 분기 1회는 외부 포지션 탐색으로 시세를 확인하세요.
  3. 기회비용 증가: 시장이 회복될 때 이직 타이밍을 놓칠 수 있음. 관심 기업/직무는 꾸준히 관찰 리스트에 올려두세요.

 

케이스 스터디: “남아서 성공한 사람 vs 떠나서 성공한 사람”

잔류 성공: 플랫폼 기획자 E씨

  • 상황: 채용 축소, 연봉 동결 분위기
  • 전략: 사내 데이터팀과 합작해 구독 전환율을 2.1%p 개선
  • 협상: “전환율 2.1%p 개선 = 연 매출 +XX억, PM 리드총보상 +9% 제안”
  • 결과: 1년 내 팀 리드 승격, 외부 오퍼 대비 리스크·보상 균형에서 우위 체감

이직 성공: 클라우드 엔지니어 F씨

  • 상황: 사내 인프라 투자 축소
  • 전략: 외부 강의·커뮤니티 활동으로 멀티클라우드 포트폴리오 구축
  • 오퍼: 스타트업에서 아키텍처 총괄 제안, 총보상 +18%
  • 결과: 위험은 있었지만 스코프 확대라는 목표 달성. 핵심은 준비된 이직이었다는 점

메시지: 잡 허깅은 ‘도망치지 않는 선택’이지만, 준비된 잔류여야 합니다. 잔류와 이직 모두 전략적일 때 성과가 납니다.

 

정책적 시사점(짧게)

  • 성인 학습 바우처 확대: 내부 이동이 늘면 재교육 수요가 폭증합니다.
  • 경력 데이터 표준화: 직무·스킬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하면 사내 이동·채용 매칭이 빨라집니다.
  • 전직 지원 인프라: 잡 허깅이 과하면 산업 간 인재 흐름이 막힐 수 있으니 전환 지원 프로그램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성은 ‘외부’에서 ‘내부’로

잡 허깅은 이동성의 방향을 바꾸는 현상입니다. 예전엔 바깥으로 움직여 성장했다면,

이제는 조직 내부에서의 역할/스킬 이동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에겐 “총보상과 성장의 균형을 설계하는 능력”, 기업에겐 “붙잡고, 돌리고, 키우는 시스템”이 경쟁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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